국비교육에 대해 처음으로 포스팅한 글에 잠깐 강사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었다.
저 포스팅엔 강사가 중요한 이유를 간략하게 얘기했어서 솔직히 국비 학원을 다녀보지 않은 입장에서는 와닿지 않을 수가 있다. 그래서 조금 더 자세하게 얘기해볼까 한다.
입시나 자격증, 시험 등을 위해 학원을 찾아보면 자연스레 알 수 있는 정보는 '스타 강사'의 이름 리스트다. 인생에 있어 정말 중요한 순간, 선택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강의력이 좋은, 지루하지 않은 강사들을 원한다. 즉 강사의 중요성을 충분히 알기 때문에 좀 더 비싼 돈을 내더라도 스타 강사를 선택하는 사람들은 적지 않다.
비전공자의 입장에서 아무리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쓰레기라지만 '국비' 또한 인생에 있어 중요한 순간, 선택이라 생각한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아래 글들을 읽어 나갔으면 좋겠다.
강사가 중요한 이유
어느 직종이든 다 똑같겠지만 비전공자 입장에서 생소한 직종의 수업을 듣는 건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다. 단어 하나하나 찾아봐야하고 이해해야 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IT 같은 경우는 비전공자들을 위한 IT 용어 관련 책들(비전공자를 위한 이해할 수 있는 IT 지식, IT 용어 도감 등)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아무리 읽어도 이해가 안 가는 부분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이럴 때 자발적으로 이것 저것 다 찾아보면서 공부하는 것도 좋은 방식이지만 아무래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그런데 우연찮게 국비 강사를 잘 만나서 이러한 부분들을 쉽게 설명해주고, 이해할 때까지 질문을 받아주는 강사를 만난다면 시간 대비 효율이 급격하게 증가한다.
강의력이 또 중요한 이유는 뭐냐면 IT 직종이 비전공자가 진입하기 쉽고, 타 직종보다 복지나 연봉 등이 좋다는 소식에 국비로 IT 수업을 듣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러다 보면 수업이 많이 개설되고, 또 그러다 보면 강사를 많이 뽑게 되는데.. 대부분 강사의 질을 따지지 않고 그냥저냥 되는대로 사람을 채용한다. 그러니 "책이나 PPT를 그냥 읽으면서 수업한다."라는 후기가 나오게 된다. 강사의 낭독 쇼를 보고 싶어 국비 학원을 다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또 현장(실무)에서 오래 전에 탈출한 강사나 혹은 실무 경험이 아예 없는 강사는 피하는 것이 좋다. 오래전에 탈출한 강사의 경우는 IT 쪽은 트렌드가 쉽게 바뀌는 편이고 기술의 발전도 빠른 편이라 오래전에 현장에 있었던 강사가 최신 기술을 따로 공부하지 않으면 모르기 때문이다.
실무 경험이 아예 없는 강사는 없을 것 같지만 있긴 있다. 실제로 비전공자인데 국비를 수료한 다음 학원 측에서 '강사 제의'를 받았다는 수료생이 있다는 얘기를 강사에게 들었다. 저런 사람이 강의를 해봤자 얼마나 심도 있게 할까?
IT 수업을 할 때 정말정말 오류가 많이 난다. 짬이 찬 강사들은 어떤 오류인지 금방 찾고, 해결해 주는 반면 "어... 잠시만요."라는 짧은 탄식을 내뱉고는 이리저리 구글링 하면서 오류를 해결하는 강사도 있다. 구글링으로 해결 방법을 금방 찾으면 다행이지만 심하면 한 시간 넘게 수업이 지체되는 경우가 있다. 내가 그런 강사에게 수업을 들었었는데 오류들을 해결하다 보면 진도가 밀리고, 필요한 수업들을 못 듣게 된다. 자바에는 스레드라는 것이 있는데 진도가 밀린단 이유로 스킵당했다. 수료 후 면접을 봤을 때 면접관이 스레드에 대한 기술 질문을 나에게 던졌다.
나 : "(스레드의 간단한 정의를 말한 후) 사실 학원에서 스레드 부분을 배우지 못해서 정의 밖에 알지 못합니다. 죄송합니다."
면접관 : "학원에서 스레드를 안 배웠다고요?? 그럴리가 없는데...."
그럴 리가 없는 일이 강사에 따라 이렇게 벌어지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정말 중요한 얘긴데 강사의 '인성'에 대한 얘기이다. 요즘에는 사회적으로도 "차별"이 많이 언급된다. 인성이 덜 된 강사는 차별적인 발언도 서슴없이 한다. 또한 강사가 수강생에게 신체적인 접촉을 하기도 한다(성적인 의도가 없더라도 보는 사람이나 당하는 사람 둘 중 하나는 불편한 상황이다.). 강의력이 부족한 강사의 수업을 듣는 건 이 깍깨물면서 그 사람이 하는 수업을 들으면서 공부라도 어찌 됐든 되긴 될 텐데 인성 나가리인 강사의 차별적 발언이나 행동이 본인을 향한 것이라면 솔직히 말해서 수업이 귀에 들어올까.. 이런 이유 때문에 수업이 어려워서도, 재미없어서도 아닌데 중도 포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렇게 다양한 이유로 강사가 중요하다는 얘기를 구구절절 써봤다. 위에서 얘기한 쓰레기 강사 같은 경우는 100퍼센트 미리 알고 거르기는 어렵지만 HRD 수강 후기를 보면 어느정도의 거름망이 생긴다. 실제로 학원을 알아보면서 여러 후기들을 봤는데 '관상을 본다.', '책만 읽는다.', '질문할 때 짜증을 낸다.', '차별적인 발언을 한다.'라는 등의 얘기가 보이면 나는 바로 스킵했다. 그러니 꼭 HRD 수강 후기를 즐겨 읽는 것을 추천한다.
피하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운이 안 좋으면 쓰레기 강사가 겟챠될 수밖에 없는데... 이런 경우에 최후의 수단으로 국비 강사를 신고하는 방법이 있다. 물론 강사가 범죄를 저질렀다면 혼자 신고해도 강사를 바꿀 수 있겠지만 그 외에는 혼자만의 힘으로 강사를 바꿀 수는 없다. 강사가 자타공인할 정도의 쓰레기고 많은 수강생들이 강사를 교체하길 원한다면 단체로 국민신문고를 통해 강사를 신고할 수 있다.
그런데 웃긴게 진짜 큰 이유가 아니면 수강생 중 반 이상이 '강사 교체'를 원해야 교체될 확률이 높다. 그러니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모아 신고하길 바란다. 실제로 내 옆 반에서는 수강생들이 힘을 모아 강사를 밀어냈다.
강사 교체까지는 아니더라도 단순히 강사에게 엿을 먹이고 싶다면 혼자서 신고해도 좋다. 요즘에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심해서 어떤 방식으로 민원을 처리할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다닐 때만 해도 고용노동부에서 직접 학원을 방문해 강사를 불러 경위를 조사하고, 수강생들에게 익명 설문지를 돌리기도 한다. 그리고 강사의 잘못임이 분명하면 범죄자처럼 필수 교육(온라인)을 이수해야 한다. 강사의 잘못으로 고용노동부에서 학원을 방문하니 학원 측에서는 여간 빡치는 일이 아니다. 진위를 조사하다 학원 측(강사 측)의 잘못일 때 아마 학원 측에 엄청난 제재를 가한다고 알고 있다(다음 연도에 해당 수업과 비슷한 수업을 못 열게 한다던지.. 아니면 고용노동부 어쩌고 메달 못 받는다던지..). 그러니 강사를 엿 먹이고 싶으면 신고해라. 물론 별거 아닌 개인적인 이유로 신고하는 짓은 양심상 그러지 말자.
아 강사를 엿 먹이는데 시간을 최소한으로 들이고 싶다면 증거를 모으길 추천한다. 요즘에는 강의 내용을 녹화해서 그대로 올리는 학원이 많기 때문에 동영상을 돌려보면서 증거를 신고와 함께 제출하면 강사도 잡아떼질 못하므로 신속히 신고가 마무리된다.
진짜 마지막으로 중요한 얘긴데 민원 내용을 적는 맨 윗칸에 익명성을 보장해달라고 하면 학원 측에서도 어떤 학생이 신고했는지 모른다. 그러므로 익명성을 보장해달라는 내용은 필수로 작성해야 한다.